2005년 09월 12일
채용내정과 해고
98년에 입사할 예정인 인력들의 명단을 들여다 보고 있는 김대리. 그의 눈에는 지금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는다. 갑작스럽게 회사에 초대형사건이 터져 지금 인사팀은 아수라장이다. 97년 10월에 합격자 통보를 보내고 한 달 뒤인 11월에 인도네시아에 있는 현지공장의 화재로 공장이 전소하여 납품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은 회사 ㅇㅇ제품의 생산량의 40%를 차지하는 곳으로 금번 화재는 회사에 치명적인 것이었다. 이에 따라 대형업체인 고객으로부터 손해배상청구가 빗발치니 회사의 사장은 업체들을 방문하여 해명을 하느라 지금 출장중이다. 손해배상이야 보험으로 해결하면 된다지만, 앞으로 우리 회사의 제품 공급이 어렵게 되자 업체들이 앞다투어 거래선을 변경하고 있어 앞으로의 회사의 존립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이다. 게다가 최근 IMF로 인해 금융사정이 악화일로를 걷다보니 재활의 기회도 쉽게 오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인사팀장인 박상무는 긴급회의를 열어 인력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 지시가 있었고 김대리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김대리는 작년에 본인이 고생하여 확보한 입사예정자들의 명단을 들여다 보니 망연자실의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입사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처럼 되고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김대리는 마치 부모가 잘 키운 자식을 저 세상에 보내는 그런 심정에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97년, 1년 내내 김대리가 열정을 쏟았던 채용의 과정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학교마다 추천을 받으려고 얼마나 뛰어 다녔던가? 채용담당교수와 학교측 담당자들로부터 최근 졸업한 사람이나 졸업예정자를 추천해 달라고 하고 또 대상자들을 모아 회사설명회를 실시하여 모집하였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한 500여명중 서류면접을 통하여 200여명으로 추렸었다. 그리고, 면접을 통하여 80여명에게 합격시킨 후 지난 97년 10월에 합격통보를 보낸 것이다. 그 당시 일부이기는 하지만 고맙다고 전화를 하던 부모님들도 계셨다. 김대리는 이런 것이 채용업무의 보람이 아닌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지정병원에서 신체검사를 시켰고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80명을 입사예정자로 확정한 것이다. 한편 김대리는 인사팀장과 협의하여 작은 선물을 지급하는 방안에 내부결재를 얻어내어 손목시계와 창립자의 자서전을 준비하였는데,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이 거둔 성과에 대한 작은 보상심리에서 발동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김대리는 97년 10월말에 있었던 첫번째 소집간담회에서 80명의 입사예정자에게 이를 나누어 준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근로계약서 등 입사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작성하여 입사예정일에 제출하도록 입사예정자에게 설명한 것도 기억났다...이제는 이런 일들이 다 부질없지 않은가!
"김대리님,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회사에 입사하기로 내정한 80명중에 한 名인 황ㅇㅇ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김대리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김대리는 황ㅇㅇ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황의 뒤에 앉아 있는 다른 입사예정자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심정이리라. 97년 12월, 현지공장 화재 후 회사의 경영실적이 급락하게 되자 김대리는 ㅇㅇ호텔에서 입사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입사예정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여러분은 2가지 案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지금 입사지원을 취소하고 위로금으로 ㅇ백만원을 받고 그 채용내정의 취소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행정상의 법적청구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이 있고 두번째는 여러분의 최종입사예정일인 '98년 4월부터 '99년 6월말까지 향후 1년 정도 기다려 보되 위 기한까지 회사사정이 회복되지 않아 채용내정을 취소하더라도 일체의 민,형사,행정상의 법적 절차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입니다. 물론,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질문 있으시면 질문하십시오,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두가지 방안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끼리 또는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상의하셔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김대리의 설명이 끝나자 설명회가 열리는 ㅇㅇ호텔 볼룸은 적막함이 흘렀다. 김대리가 두번째 설명을 하자 비로소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너무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심경에서 말을 잃은 것일까? 지금 김대리도 마음이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누군가가 적막함을 깼다. 황ㅇㅇ이었다. "회사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무슨 대책이 이렇습니까?" 순간 설명회장은 술렁대기 시작했지만, 자신들끼리 진정되었다. 그들은 현명하게도 현실을 직시하는 듯했다. 옆에 앉은 다른 입사예정자들과 서로 심각하게 상의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 집에 전화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모든 것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되는 듯하여 한편 김대리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5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야, 필요서류를 작성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첫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은 입사지원취소확인서를, 두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은 채용발령연기동의서를 작성한 것이다.
물론, 각 서류하단에 부제소에 관련한 문구를 삽입하였었다. 김대리는 서류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첫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은 5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두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도 20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아예 장소에 나오지 않거나 설명하는 중간에 나간 사람들은 10명이나 되었다
김대리는 서류를 하나 하나 살피면서 '이제 이 모든 악몽은 사라져라'고 마음으로 외쳤다. 그러자 그동안 밀렸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낀 김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고 말았다.
99년 7월, 회사에 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 들었다. 회사를 상대로 황ㅇㅇ 등 30여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회사에게 한 달 뒤부터 시작할 재판기일에 따라 변론을 준비하라는 통지를 보낸 것이다. 김대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97년 11월 화재 이후, 회사는 매출과 손익이 화재가 발생했던 시점 이전에 비해 60%수준에 머물러 회복될 기미가 전혀 없게 되자, 98년 4월부터 채용하기로 한 입사예정자들을 회사에 입사시키는 것을 엄두조차 못내었고 오히려 기존근로자를 정리해고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회사는 채용을 기다리던 인력을 대상으로 다른 계열사에 소개하여 입사할 수 있도록 선처를 당부하는 등 회사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었다. 그러나, 회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우 5명을 입사시키는데 그쳤고, 결국 대부분의 인력은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이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인사팀장인 박상무는 채용담당자인 김대리와 인사과장인 이과장을 회의실로 불러 들였다. 세사람은 통지서와 첨부된 이유서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주장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번째는 입사예정자들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에 따라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으며 세번째는 그 동안 신뢰감 상실에 따른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법적절차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이래도 되는 거야? 그리고 회사에서 기존사원도 정리해고를 하는 판에 근로제공도 하지 않은 자들이 해고무효라니..." 인사팀장인 박상무가 흥분하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
"해고가 부당한지 여부는 따져 봐야겠지만 해고는 해고입니다. 즉 채용내정의 취소는 해고라고 과거의 판례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평소 노동법에 일가견이 있던 인사과장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렇다면, 입사예정자들의 해고에 있어서 우리가 과연 정당하는지 아니면 부당한 부분이 있었는지가 관건이겠군." 좀 더 차분해지자 인사팀장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냈다.
"저는 이에 대한 답변내지 준비서면을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김대리는 회의실을 나섰다. 김대리는 이제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생각하니 어깨 무거워짐을 느꼈다.
지금 김대리의 마음 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채용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녔었는데...그리고 채용시에는 나를 동생들처럼 따르던 이들이 이제는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삶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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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Point 1. 비전형적 근로관계로서의 채용내정
비전형적인 근로관계란, 수습, 시용, 채용내정 등 일반적인 근로관계에 대하여 대응하는 표현으로서
근로관계의 성립여부에 대한 것이 논점이 된다.
본 사건에서는 채용내정이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느냐에서 출발하고 있다.
채용내정이라 함은 회사가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내정은 하였지만 아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채용내정만으로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이는 사건자체가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채용내정에 있어서 모집공고는 청약의 유인으로, 응모자 모집을 청약으로, 채용내정의 통지를 승낙으로 해석함으로써 합격통지시점에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판례에 의하면, 채용내정만으로 회사와 입사예정인 근로자간에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이며, 다만 채용내정에는 채용내정 취소라는 해지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해지권 유보부 근로계약 성립설'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ey Point 2. 채용내정과 정당한 해고절차
채용내정이 근로관계라면, 채용내정의 취소는 해고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30조와 제31조의 법리에 제한을 받는 것이다. 즉, 채용내정자라도 이를 취소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특히 경영해고(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본 사건의 경우, 해고사유에 있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해고절차상의 정당성을 문제를 살펴보면,
①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사로 입사경로를 변경하더라도 입사예정자를 채용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② 기존근로자들도 정리해고 하는 상황에서 입사예정자들이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됨은 당연하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고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③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가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입사예정자 집단의 경우 근로자대표가 그 실체가 없어 해당사항이 없다고 보아, 결국 입사예정자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 즉 해고는 정당한 절차를 따른 것으로보고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채용내정자에 대하여도 근로기준법 제31조의 해고 절차에 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Key Point 3. 임금청구권의 인정
본 사건은 채용내정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여 회사의 손을 들어준 한편, 채용내정의 취소가 확정되는 날까지의 채용내정자의 임금청구권을 인정하여 채용내정자의 손도 들어 주어 절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판결에서 임금청구권을 인정한 근거는
① 채용내정자가 1년 이상을 대기하였던 점. 그리고 그동안 이들이 기다리면서 취업과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점,
② ㅇ백만원의 위로금을 지급받은 다른 입사예정자들과 형평성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점,
③ 그리고 임금청구권을 포기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의 포기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임금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사예정자들의 대기기간을 장기간으로 가져가는 것은 회사의 부담도 크고, 근로자도 기다리는 동안 그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하여, 상호간에 불합리가 많은 만큼,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Key Point 4. 부제소 합의의 효력
본 사건에서는 부제소합의에 대하여 원고인 입사예정자들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비진의 의사표시, 불공정한 법률행위, 신의칙 위반 및 권리남용이라는 다섯가지 이유로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주장이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어 회사에서 제기하여 성사된 부제소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민,형사, 행정상의 법적절차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합의를 얻는 과정이
하나의 해고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즉, 본 사건에 등장하는 ㅇㅇ호텔의 설명회장처럼 설명장소의 분위기는 어떠하였나?에 대한 문제이다. 강압적이지는 않았나? 개인별로 충분히 생각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였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토의할 수 있고 가족과 연락하여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는가? 질의와 응답을 통하여 회사에서 설득을 위한 노력을 다 하였나? 등 객관적으로 보아 정당하여야 하고 채용내정자의 궁박, 경솔, 무경험 등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또는 폭리행위 등 악의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출처 : HR Professional(KSHRM)의 3/4월호
이슈판례 [ 대법원 2002.12.23 선고, 2000다25910 판결 ]
채용내정은 회사와 입사예정자간에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 채용내정의 취소는 곧 해고로써,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11.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입사예정자들은 1년여 채용발령을 기다렸으나 IMF사태로 신규인력의 수요가 없어, 채용내정을 취소하더라도 민, 형사, 행정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피고인 회사와 원고인 입사예정자간에 합의한 것은 정당한 절차로 인정한다. 즉 해고의 정당성에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고 해고절차에 있어서는 ①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였으며 ②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고기준을 적용하는 등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결론적으로 입사예정자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 즉 해고는 정당하게 이루어 진 것으로 본다.
한편, 채용연기동의서를 작성하고 위로금을 받지 않고 계속 대기한 입사예정자들에 대하여 채용예정일로부터 채용취소가 확정된 날까지는 종업원의 지위가 인정되는 기간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임금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1년여 기간동안의 임금은 피고인 회사에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이에 따라 인사팀장인 박상무는 긴급회의를 열어 인력부문에 대한 대책 마련 지시가 있었고 김대리는 여러 가지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김대리는 작년에 본인이 고생하여 확보한 입사예정자들의 명단을 들여다 보니 망연자실의 기분이 들었다. 이들의 입사를 취소하여야 한다고 생각하니 그 동안의 고생이 물거품처럼 되고 온 몸에 기운이 다 빠져나가는 기분이다. 김대리는 마치 부모가 잘 키운 자식을 저 세상에 보내는 그런 심정에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다.
97년, 1년 내내 김대리가 열정을 쏟았던 채용의 과정이 눈앞을 스쳐 지나간다.
학교마다 추천을 받으려고 얼마나 뛰어 다녔던가? 채용담당교수와 학교측 담당자들로부터 최근 졸업한 사람이나 졸업예정자를 추천해 달라고 하고 또 대상자들을 모아 회사설명회를 실시하여 모집하였고, 입사지원서를 작성한 500여명중 서류면접을 통하여 200여명으로 추렸었다. 그리고, 면접을 통하여 80여명에게 합격시킨 후 지난 97년 10월에 합격통보를 보낸 것이다. 그 당시 일부이기는 하지만 고맙다고 전화를 하던 부모님들도 계셨다. 김대리는 이런 것이 채용업무의 보람이 아닌가를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이들로 하여금 지정병원에서 신체검사를 시켰고 그중에서 최종적으로 80명을 입사예정자로 확정한 것이다. 한편 김대리는 인사팀장과 협의하여 작은 선물을 지급하는 방안에 내부결재를 얻어내어 손목시계와 창립자의 자서전을 준비하였는데, 이는 지난 몇 달 동안 자신이 거둔 성과에 대한 작은 보상심리에서 발동한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어쨌든 김대리는 97년 10월말에 있었던 첫번째 소집간담회에서 80명의 입사예정자에게 이를 나누어 준 기억이 났다. 그리고, 근로계약서 등 입사에 필요한 각종 서류를 작성하여 입사예정일에 제출하도록 입사예정자에게 설명한 것도 기억났다...이제는 이런 일들이 다 부질없지 않은가!
"김대리님, 이게 무슨 말씀이세요?" 회사에 입사하기로 내정한 80명중에 한 名인 황ㅇㅇ은 가슴을 쓸어내리며, 김대리를 원망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있다.
김대리는 황ㅇㅇ의 얼굴을 볼 면목이 없었다. 황의 뒤에 앉아 있는 다른 입사예정자들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똑같은 심정이리라. 97년 12월, 현지공장 화재 후 회사의 경영실적이 급락하게 되자 김대리는 ㅇㅇ호텔에서 입사예정자들을 대상으로 회사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김대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다시 한번 망연자실한 모습으로 앉아 있는 입사예정자들에게 설명을 했다.
"여러분은 2가지 案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밖에 없습니다. 첫번째는 지금 입사지원을 취소하고 위로금으로 ㅇ백만원을 받고 그 채용내정의 취소에 대하여 일체의 민,형사,행정상의 법적청구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이 있고 두번째는 여러분의 최종입사예정일인 '98년 4월부터 '99년 6월말까지 향후 1년 정도 기다려 보되 위 기한까지 회사사정이 회복되지 않아 채용내정을 취소하더라도 일체의 민,형사,행정상의 법적 절차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방안입니다. 물론,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지 않는다면 입사를 포기한 것으로 간주할 것입니다. 이에 대하여 질문 있으시면 질문하십시오,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부디 두가지 방안중에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분끼리 또는 가족들과 개별적으로 상의하셔서 신중하게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김대리의 설명이 끝나자 설명회가 열리는 ㅇㅇ호텔 볼룸은 적막함이 흘렀다. 김대리가 두번째 설명을 하자 비로소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임을 깨달은 것일까? 아니면 너무 어처구니 없는 황당한 심경에서 말을 잃은 것일까? 지금 김대리도 마음이 아주 불편하다.
그런데 누군가가 적막함을 깼다. 황ㅇㅇ이었다. "회사에서 이렇게 해도 되는 겁니까? 무슨 대책이 이렇습니까?" 순간 설명회장은 술렁대기 시작했지만, 자신들끼리 진정되었다. 그들은 현명하게도 현실을 직시하는 듯했다. 옆에 앉은 다른 입사예정자들과 서로 심각하게 상의하기도 하고, 밖에 나가 집에 전화를 하는 친구도 있었다. 모든 것이 회사가 원하는 대로 되는 듯하여 한편 김대리는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려 5시간여가 지나고 나서야, 필요서류를 작성하고 흩어지기 시작했다. 첫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은 입사지원취소확인서를, 두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은 채용발령연기동의서를 작성한 것이다.
물론, 각 서류하단에 부제소에 관련한 문구를 삽입하였었다. 김대리는 서류들을 하나씩 살피기 시작했다.
첫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은 50명으로 가장 많았지만, 두번째 방안을 선택한 사람들도 20명이나 되었다. 그리고, 아예 장소에 나오지 않거나 설명하는 중간에 나간 사람들은 10명이나 되었다
김대리는 서류를 하나 하나 살피면서 '이제 이 모든 악몽은 사라져라'고 마음으로 외쳤다. 그러자 그동안 밀렸던 피로가 한꺼번에 밀려오는 느낀 김대리는 자신도 모르게 스르르 사무실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고 말았다.
99년 7월, 회사에 법원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 들었다. 회사를 상대로 황ㅇㅇ 등 30여명이 민사소송을 제기하였다. 법원은 회사에게 한 달 뒤부터 시작할 재판기일에 따라 변론을 준비하라는 통지를 보낸 것이다. 김대리는 눈앞이 캄캄했다.
97년 11월 화재 이후, 회사는 매출과 손익이 화재가 발생했던 시점 이전에 비해 60%수준에 머물러 회복될 기미가 전혀 없게 되자, 98년 4월부터 채용하기로 한 입사예정자들을 회사에 입사시키는 것을 엄두조차 못내었고 오히려 기존근로자를 정리해고 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었다. 하지만, 회사는 채용을 기다리던 인력을 대상으로 다른 계열사에 소개하여 입사할 수 있도록 선처를 당부하는 등 회사로서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었다. 그러나, 회사의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겨우 5명을 입사시키는데 그쳤고, 결국 대부분의 인력은 채용내정을 취소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인데, 이들이 이에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인사팀장인 박상무는 채용담당자인 김대리와 인사과장인 이과장을 회의실로 불러 들였다. 세사람은 통지서와 첨부된 이유서를 차분하게 읽어 내려갔다. 주장의 요지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번째는 입사예정자들에 대한 해고는 무효라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에 따라 그동안 미지급한 임금을 지급해 달라는 것이었으며 세번째는 그 동안 신뢰감 상실에 따른 위자료 등 손해배상을 하라는 것이었다.
"법적절차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고 이래도 되는 거야? 그리고 회사에서 기존사원도 정리해고를 하는 판에 근로제공도 하지 않은 자들이 해고무효라니..." 인사팀장인 박상무가 흥분하면서 먼저 말을 꺼냈다.
"해고가 부당한지 여부는 따져 봐야겠지만 해고는 해고입니다. 즉 채용내정의 취소는 해고라고 과거의 판례도 인정한 바 있습니다." 평소 노동법에 일가견이 있던 인사과장이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는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했다.
"그렇다면, 입사예정자들의 해고에 있어서 우리가 과연 정당하는지 아니면 부당한 부분이 있었는지가 관건이겠군." 좀 더 차분해지자 인사팀장은 문제의 핵심을 정확히 집어냈다.
"저는 이에 대한 답변내지 준비서면을 진행토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김대리는 회의실을 나섰다. 김대리는 이제 앞으로 펼쳐질 일들을 생각하니 어깨 무거워짐을 느꼈다.
지금 김대리의 마음 속에는 만감이 교차하고 있다.
'채용을 위해 열심히 뛰어 다녔었는데...그리고 채용시에는 나를 동생들처럼 따르던 이들이 이제는 적대적인 감정을 갖고 법적 투쟁을 벌이고 있으니, 참으로 삶이란 알 수가 없는 것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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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 Point 1. 비전형적 근로관계로서의 채용내정
비전형적인 근로관계란, 수습, 시용, 채용내정 등 일반적인 근로관계에 대하여 대응하는 표현으로서
근로관계의 성립여부에 대한 것이 논점이 된다.
본 사건에서는 채용내정이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느냐에서 출발하고 있다.
채용내정이라 함은 회사가 근로자를 채용하기로 내정은 하였지만 아직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은 경우를 의미한다. 채용내정만으로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볼 수 없다면 이는 사건자체가 완전히 다른 시각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채용내정에 있어서 모집공고는 청약의 유인으로, 응모자 모집을 청약으로, 채용내정의 통지를 승낙으로 해석함으로써 합격통지시점에 근로관계가 성립한다고 보는 것이 다수설과 판례의 입장이다. 판례에 의하면, 채용내정만으로 회사와 입사예정인 근로자간에 이미 근로관계가 성립한 것이며, 다만 채용내정에는 채용내정 취소라는 해지권이 유보되어 있다는 '해지권 유보부 근로계약 성립설'의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Key Point 2. 채용내정과 정당한 해고절차
채용내정이 근로관계라면, 채용내정의 취소는 해고라고 보아야 한다. 따라서 근로기준법 제30조와 제31조의 법리에 제한을 받는 것이다. 즉, 채용내정자라도 이를 취소하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며 특히 경영해고(정리해고)의 경우에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어야 한다. 본 사건의 경우, 해고사유에 있어 정당성을 인정받았다.
또한, 해고절차상의 정당성을 문제를 살펴보면,
① 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하여 다른 계열사로 입사경로를 변경하더라도 입사예정자를 채용하기 위하여 최선의 노력을 다하였고, ② 기존근로자들도 정리해고 하는 상황에서 입사예정자들이 우선적인 정리해고 대상이 됨은 당연하므로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고기준을 마련한 것으로 보아야 하며 ③ 근로자대표와의 성실한 협의가 있었는가에 대하여는 입사예정자 집단의 경우 근로자대표가 그 실체가 없어 해당사항이 없다고 보아, 결국 입사예정자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 즉 해고는 정당한 절차를 따른 것으로보고 있는 것이다.
인사담당자들은 채용내정자에 대하여도 근로기준법 제31조의 해고 절차에 대한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명심하여야 할 것이다.
Key Point 3. 임금청구권의 인정
본 사건은 채용내정자에 대한 해고의 정당성을 인정하여 회사의 손을 들어준 한편, 채용내정의 취소가 확정되는 날까지의 채용내정자의 임금청구권을 인정하여 채용내정자의 손도 들어 주어 절충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보여진다.
판결에서 임금청구권을 인정한 근거는
① 채용내정자가 1년 이상을 대기하였던 점. 그리고 그동안 이들이 기다리면서 취업과 생계에 타격을 입게 되리라는 점,
② ㅇ백만원의 위로금을 지급받은 다른 입사예정자들과 형평성에서 어긋나고 있다는 점,
③ 그리고 임금청구권을 포기한다는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이의 포기가 허용될 수 없는 것이
근로기준법의 정신에 부합한다는 점 등을 이유로 임금청구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입사예정자들의 대기기간을 장기간으로 가져가는 것은 회사의 부담도 크고, 근로자도 기다리는 동안 그만큼 기회비용이 발생하여, 상호간에 불합리가 많은 만큼, 다른 대안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것이다.
Key Point 4. 부제소 합의의 효력
본 사건에서는 부제소합의에 대하여 원고인 입사예정자들이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사기,착오에 의한 의사표시, 비진의 의사표시, 불공정한 법률행위, 신의칙 위반 및 권리남용이라는 다섯가지 이유로 무효라고 주장한 바 있다.
결론적으로 원고의 주장이 인정할 만한 아무런 근거가 없어 회사에서 제기하여 성사된 부제소 합의의
효력을 인정하였다.
이는 민,형사, 행정상의 법적절차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내용도 중요하지만, 이러한 합의를 얻는 과정이
하나의 해고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함을 일깨워 주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즉, 본 사건에 등장하는 ㅇㅇ호텔의 설명회장처럼 설명장소의 분위기는 어떠하였나?에 대한 문제이다. 강압적이지는 않았나? 개인별로 충분히 생각하고 의사결정할 수 있도록 충분한 시간을 보장하였는가? 그리고 다른 사람과 토의할 수 있고 가족과 연락하여 조언을 들을 수 있도록 기회를 주었는가? 질의와 응답을 통하여 회사에서 설득을 위한 노력을 다 하였나? 등 객관적으로 보아 정당하여야 하고 채용내정자의 궁박, 경솔, 무경험 등을 알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의사 또는 폭리행위 등 악의가 있어서는 안될 것이다.
출처 : HR Professional(KSHRM)의 3/4월호
이슈판례 [ 대법원 2002.12.23 선고, 2000다25910 판결 ]
채용내정은 회사와 입사예정자간에 근로관계가 성립된 것으로 보아, 채용내정의 취소는 곧 해고로써,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대법원 2000.11.28 선고, 2000다51476 판결). 입사예정자들은 1년여 채용발령을 기다렸으나 IMF사태로 신규인력의 수요가 없어, 채용내정을 취소하더라도 민, 형사, 행정상의 소송을 제기하지 않기로 피고인 회사와 원고인 입사예정자간에 합의한 것은 정당한 절차로 인정한다. 즉 해고의 정당성에 있어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있고 해고절차에 있어서는 ①회사가 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 하였으며 ②합리적이고 객관적인 해고기준을 적용하는 등 정당성을 확보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결론적으로 입사예정자에 대한 채용내정의 취소, 즉 해고는 정당하게 이루어 진 것으로 본다.
한편, 채용연기동의서를 작성하고 위로금을 받지 않고 계속 대기한 입사예정자들에 대하여 채용예정일로부터 채용취소가 확정된 날까지는 종업원의 지위가 인정되는 기간으로서 특단의 사정이 없는 한 임금청구권을 포기한 것으로 볼 수는 없으므로, 1년여 기간동안의 임금은 피고인 회사에서 지급해야 할 것이다.
# by 타스 | 2005/09/12 13:38 | 채용 | 트랙백 | 핑백(1) | 덧글(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