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05월 04일
슬견설(虱犬說) 2011
타사의 어떤 총무팀 직원이 나에게 이런 말을 했다.
"저번엔 우리 회사에서 아주 처참한 광경을 보았습니다.
어떤 불량한 직원이 프린터가 잘 고장난다고 발로 차는데,
보기에도 너무 참혹하여 실로 마음이 아파서 견딜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는 맹세코 그 직원은 프린터를 쓰지 못하도록 했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우리 회사에선 어떤 사람이 휴게실에서 냉장고를 끼고 있다가,
캔음료가 들어오는 대로 박스 채로 자기 자리에 챙겨가서 쌓아두는 것을 보고,
나는 마음이 아파서 다시는 캔음료를 넣지 않기로 맹세했습니다."
타사 총무팀이 실망하는 듯한 표정으로,
"캔음료는 소모품이 아닙니까?
나는 중요한 사무기기가 망실되는 것을 보고 안타깝게 여겨서 한 말인데,
당신은 구태여 캔음료를 예로 들어서 대꾸하니,
이는 필연코 나를 놀리는 것이 아닙니까?"
하고 대들었다.
나는 좀 구체적으로 설명할 필요를 느꼈다.
"무릇 회사의 비용으로 구매되는 것은 커피믹스에서부터 사옥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한결같이 소중히 여겨야 하고 함부로 대해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어찌 자산만 아깝고, 소모품은 아깝지 않겠습니까? 그런즉, 냉장고와 음료수의 가치는 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예를 들어서 큰 놈과 작은 놈을 적절히 대조한 것이지, 당신을 놀리기 위해서 한 말은 아닙니다.
당신이 내 말을 믿지 못하겠으면 회사의 모든 비품을 철수해 보십시오.
없으면 프린터만 아쉽고 음료수는 아쉽지 않겠습니까?
한 회사에 비치된 큰 비품과 작은 비품이 골고루 돈이 드는 것이니,
사장님에게는 그 소중함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물며, 각기 쓰임새가 있는 것들로서 저 놈은 아깝고 이 놈은 안 아까울 턱이 있겠습니까?
당신은 물러가서 눈 감고 고요히 생각해 보십시오.
그리하여 커피믹스를 노트북과 같이 보고, 마우스를 모니터와 동일시하도록 해 보십시오.
연후에 나는 당신과 함께 직장생활를 이야기하겠습니다."
라고 했다.
# by 타스 | 2011/05/04 10:43 | 트랙백 | 덧글(0)















